
놀랍게도 현실도피 생활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도대체 왜 주저하고 있을까. 글로 쓰는 복기는 생각 이상으로 괴롭다. 의중을 알기 위해 반복해서 따져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했을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자.
첫째, 해야할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차 수험공부 말이다. 왜 못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치러야 할 시험은 내년이다. 왜냐면 1차를 떨어졌으니까. 금년 1차를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수험준비에 남은 기간은 고작 반년 뿐이었다. 어떤 합격수기에서도 보지 못할만큼 짧은 기간이다. 그런데 이 목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웠던 목표가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먼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전 글에서 '재기' 운운하며 수험준비에 전의를 다진 바 있다. 더군다나 해이해지지 않도록 "난 올해 시험 친다!"라고 수차례 되뇌며 허물어져 가는 정신을 가누었다. 그러나 나의 결연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각오과 의지라는 두 연료는 결국 어떤 추동력도 생산해내지 못했다.
둘째, 강박이 두려움(공포)을 낳았다. 여기서 강박은 외압이라기 보단 일종의 자격 혹은 원칙이다. "실패하지 않을 무결에 가까운 '계획과 실행'의 전략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시작은 꿈도 꾸지 마라. 어짜피 또 실패할 테니까"와 같은. 완벽주의는 아니다. 이건 지나친 꼼꼼함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과정상의 문제니까. 이와 달리 난 시작조차 못했다. 왜곡된 강박으로 인한 공포 때문이라고 나는 진단했다. 실패에 따른 공포 말이다. 이를 실패공포증이라고 하더라. 실패로 인한 결과, 곧 수치와 굴욕감 때문에 어떻게든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실패공포증 초기(?) 같다.
셋째,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위 셋 중 가장 뼈아픈 지적이다. 아마도 불신과 과신,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의 부정은 기독교 신앙, 곧 복음을 비교적 쉽게 수용하게 했다. 죄인인 인간의 부패와 이로 인한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생긴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기독교의 믿음은 나라는 정체성을 말살해야만 했다. 전지전능하고 태초부터 모든 것을 예정하신 하나님 앞에 인간은 설 곳이 없었다. 웃긴 건 설교 말미에 인간의 책임과 헌신을 매번 강조하며 끝낸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하나님과 나의 갭은 점점 커져갔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토(질문)를 단다는 것은 하나님의 법에 정면으로 대적하는 것이라고 설교 시간에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믿음에 관한 이론적 토대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학습되고 강화되었다. 최근에 와서야 내 믿음관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다행이도 좋은 책과 대화를 통해 이론적인 차원에서 의미있는 교정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경험적인 차원에서는 발도 못 뗐지만. 만약 시험에 운 좋게 합격한다면 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점검, 그리고 돌아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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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우선 내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고 글로 쓰자. 내가 이것을 제일 못하고, 그래서 안했기 때문이다. 설교와 책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해보자. 기간은 딱 1주다.(방금 생각했다. 이게 또 다른 도피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짜피 늦은거 이전처럼 보채지 말자. 1일 1글 다시 선포한다. 한 시간이 걸리든 다섯 시간이 걸리든. 내 의중을 들여다보자. 더럽고 역겹고 비참하고 꼴보기 싫더라도 시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들여다보고 기록하자.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써보자. 단 하루에 2~3시간 공부를 진행하면서 해보자. 우선 노동법 사례집을 가볍게 읽어보자. 무결한 계획이 없을 알고 있으니 결점 많은 실천을 실행해보자. 그리고 기도하자. 말씀을 읽자. 아침에. 결점 많은 1주의 계획을 짜보자. 이렇게 시작하는거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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