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동시에 한 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재미있는 건, 지금의 내 하루가 올해 내내 지속되었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올해 열두 달 동안 내 사회적 위치나 심리적 상태가 여러 번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인지적 착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실제로는 한 달하고도 일주일 남짓 일했지만, 올해 내내 다양한 일로 고군분투하며 애써온 나를 토닥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서 연말을 앞둔 지금, 떠오르는 소회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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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내 ‘마인드’다.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주변 상황과 여건에 대한 내 해석이 크게 달라졌다. 단지 일 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이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무력감과 불안감이 놀랍도록 사라졌다. 아마도 옆에서 나를 가장 잘 지켜본 린이가 이 변화를 잘 알 것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직접 알아보고 지원했던 과정은 힘들었지만, 운 좋게 좋은 결과가 이어지며 내 자존감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일자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내가 필요한 사람이고 팀에 속할 수 있다는 감각은 이전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밀어냈다. 입사 전 서류를 준비하고, 입사 후 직무와 동료들에게 집중했던 시간들은 긴 침체기를 충분히 잊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못마땅한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하지 않는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벅차기 때문이다. 특히 일과 신앙을 연결하며, 성장과 성숙의 길을 고민하는 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주변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내 해석이 달라졌다. 문제나 갈등을 회피하는 대신 맞서 해결하는 방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기쁨과 감사는 내 삶에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기에 누리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몸소 체감한다. 요즘 나는 활기차고 생기 있는 마음으로 하루를 여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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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남짓 일하면서 다행히도 내가 하는 일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나의 직무역량이 부족해 팀과 사업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만 고민한다. 이를 위해 To do list로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구글docs에 실수노트와 영감노트에 적으며, KPI 관점에서 업무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조금씩 일이 진행되는 가닥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던 와중, 팀장은 자신이 곧 그만둘 수도 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같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와이프가 승진하게 되면 와이프를 따라 타지로 가야해서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내 마음이 약간 어수선해졌다. 퇴사는 본인뿐 아니라 주변사람에게도 가볍게 여길 만한 일은 아니니까. 이곳에서 맞는 나의 내년은 어떤 모양일지 생각했다. 바라기는 너무 안주하지도, 너무 엇나가지도 않길 바랄 뿐이다.
3.
아쉬운 건 조직의 역동성이다. '학교'와 '세습'이라는 키워드로 이곳에서는 내가 생각한 역동성이 발현되기 어려운 환경임을 일찌감치 알게 됐다. 팀뿐 아니라 타 부서원 간에도 관계가 좋은데, 그 이유가 한 명의 공동의 적이 있어서다. 왕세자로 불리는 그분.
그분의 이중적 성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느낀 그는 단지 일 중독자일 뿐이었다. 직원들 대부분은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해 보인다.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관계들이 훗날 각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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