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얼마나 더웠냐면, 내 생애 가장 덥고 긴 여름이었다. 오후 2시, 땡볕에 주차된 에어컨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땀에 젖은 앞머리는 이마에 흉하게 들러붙고, 달아오른 얼굴과 목에는 육수가 줄줄 흘러내렸다. 땡볕 주차를 피하고자 서늘한 지하주차장이 있는 효천의 이디야 카페에 주로 가고했다.
날씨만큼이나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내 멘탈이었다. 무더위가 길어질수록,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6월 말부터 7월, 그리고 가장 무더웠던 8월, 9월까지 이 상태는 이어졌다. 그 사이 갈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됐다. 식사는 하루 2끼를 먹었는데, 첫 끼는 기상한 후인 정오 쯤에 1끼, 다음 끼니는 카페가 문을 닫는 밤 10시 이후에 챙기곤 했다. 책과 유튜브는 하루의 대부분을 채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낮은 강도로나마 심야 운동은 꾸준히 이어갔다. 아울러 린이 덕분에 주일 예배와 나눔도 끊이지 않았다.
돌아보니 느끼게 된 한 가지는, 좋든 싫든 인간의 생활에는 나름의 일정한 패턴이 생긴다는 점이다. 나에게도 어느 새 생활패턴이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패턴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지속되고 누적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복은 눈에 띄지 않게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 이 패턴이 계속되면서 나는 서서히 내 자신이 해체되고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방식으로) 나약해지고 있었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방치한 대가였다.
2.
"제이 어디야? 뭐 하고 있어?"
린이는 나약해져 가는 나를 마치 넛지처럼 아주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때마다 어렴풋이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동기부여와 연결짓거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나의 부정적인 일상의 패턴은 두려움과 수치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그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세상에 대한 패배감과 공포감이 상당했다. 심리적인 나약함이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날 때면 사고는 더욱 악순환의 루프 속에서 허우적댔다. 나의 예민함과 무기력함이 자주 반복됐지만, 린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존재를 추켜세워주면서 격려했다. 동시에 이따금씩 내 상태를 물어보며 부드럽게 권면했다. 린이는 기다림의 인내와 선한 용기의 본보기를 몸소 보여주었다. 내 부정적인 일상 패턴을 끊을 순간은 책도, 지식도, 동기부여 영상이나 설교도 아닌, 바로 린이를 통해 찾아왔다.
3.
나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일이었다. 곧 바닥날 잔고 상황이 그랬지만, 그보다는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희망을 발견해야 했는데, 가장 좋은 희망의 통로는 내가 사회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을 거야"라는 좌절의 그늘은 오직 일을 통해서만 걷힐 수 있었다. 당시의 나를 구원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일은, 그분께서 나에게 일할 수 있는 마음과 용기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이제는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11월 1일,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입사했다. 작은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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