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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실패

2022-2024/노무사 수험일지

by 고민의 쓸모 2024. 6. 7. 20:50

본문

1.

결국 번째 실패를 경험하고야 말았다. '아득하다'라는 말이 지금의 정서상태를 가장 설명해주는 말인 같다. 조금 솔직하게는 '아득해져버렸다'가 맞는 같기도 하다. 먹구름이 같다.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준비 기간 내내 이전의 번의 과정보다 더욱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좋게 말해 제자리걸음이고, 사실상 후퇴와 다를 없었다.

 

2.

합격이 나의 지상과제의 지향점이자 목표인 것은 자명한 것이지만, 합격을 넘어서 그저 준비과정에 걸맞는 수행능력과 수행능력에 걸맞는 수행성과를 받아보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그저 문제를 풀고 싶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근로) 해내고 싶은 마음은 자본주의 사회 체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본질적 욕망, 본능 같은 거니까. 수험은 현재 업인 만큼, 결과 이전에 투입한 만큼의 산출과 성과를 얻고 싶었다. 노력의 보상으로서 성과와 결과, 그리고 인정을 맛보고 싶었다. 이것이 과도한 욕심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번째 도전인 이번에도 1차라는 중간 관문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3.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휩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득함으로 시작된 감정은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진화했다. 머릿 속에서 수없이 무언가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나를 발견했다. 손익계산 자체가 나쁜 건 결코 아니다. 문제는 손익계산의 기저에 의심과 회의였다. '역량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해 '자격에 대한 의심'을 거쳐 참으로 못난 생각이지만 '존재에 대한 회의'마저 찰나지만 들었다. 연이은 실패는 자존의 중심부를 스스로 후벼파는 것에 명분을 가져다 주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짚어낼 수 없는 류의 통증을 일으켰는데 압통과 엇비슷한 답답함이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는 지점에서부터 하나님이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라는 지점까지 감정은 널뛰었다.

 

4.

약간 의아한 중에 하나는 번의 실패 모두 나를 힘들게 했지만, 실패가 거듭될수록 생각보다는 (외형적으로 볼때) 덤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가 익숙해진 건지, 실패에도 불구하고 회복탄력성이 생긴건지, 아니면 실패가 당연해진건지(가장 최악이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합불에 대한 단순 결과로서의 실패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구석들이 많지만 조금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같다. 그냥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위에 언급된 실패의 익숙함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당연해짐 모두가 나름의 비율로 영향을 같다. 어찌되었든 간에 내가 결정해야 실패를 설욕하느냐, 아니면 실패를 포기하느냐 것이다. 잔혹한 의사결정을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현재 내가 느낀 막막함과 두려움의 근원인 같다.

 

5.

나에게는 현재 가지 선택지가 있는 같다.

첫째, 수험포기

둘째, 수험전업

셋째, 수험병행

 

6.

첫째 수험포기는 그대로 수험을 전면 포기하고 취업을 하는 거다. 하지만 이는 현재 내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 동시에 가장 뼈아픈 선택지이다. 현 시점에 내게 있어 수험포기는 전투에서 패배한 패잔병을 넘어서 패전국 노예를 자처하는 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JTBC 아나운서인 강지영씨가 나온 영상을 유튜브 쇼츠에서 보왔다. '도전하기 전에 체크할 것'이라는 제목의 20초 남짓한 짧은 영상이었는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게 뭔지를 아는 자기객관화가 가장 중요하다. 2년까지 맥스로 준비하고 그 이상 걸린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죽어라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깔끔히 포기하겠다는 간절함을 가지고 준비해라"
- 강지영

 

워딩은 누군가에겐 매우 합당한 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상당히 불편한 말로 들릴 것이다. 나 역시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처음에 들었을 심히 불편했다. 정확히는 대체로 맞는 말 같다고 여겼는데, '2'이라는 특정 기간을  꼬집집어 비판한 점이  마음을 불편케 했다. 그런데 이말에서 집중해야 대목은 무엇인가. 2년인가? 다른 워딩은 제쳐두고 '2'이란 특정 기간에만 꽂혀서 속이 상한  영상을 닫아버린다면, 우연히 가벼운 영상에서 오해의 골만 자신의 뇌리에 깊게 남기는 격이 된다. '2년' 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객관화와 간절함'이라는 점은 자신의 상황에서 발짝만 뒤로 떨어져 바라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않나. '자기객관화와 간절함' 비단 수험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 가운데 상당히 중요한 덕목인 법이니까. 문제의 '2' 같은 태도로 발짝 떨어져 살펴보면 된다. 댓글을 열어보니 역시나 '2' 기간에 관해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긍정적으로 볼만한 지점은 2년이란 특정 기간은 타인에게 적용될만큼의 보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는 주관적인 기준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강지영처럼 2년을 맥스로 정할 있고, 누군가는 5년을 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 오히려 보편적인 기준은 위에서 말한 '자기객관화와 간절함'이고 '2' 상대적인 기준이다. 물론 보편적인 기준으로 부분조차 실제적인 구현의 강도 혹은 정도로 들어가면 주관적인 값이 설정될 것이다. 가령 간절함에 있어 이윤규 같은 사람은 수면 3시간으로 잡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3시간의 수면만으로 절대 버틸 없다. 이렇게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서 수치 등을 따지게 되면 처한 여건과 환경에 따라 상대적인 영역으로 변모한다. 모든 세상사를 원리와 적용으로 나눈다면 원리는 보편적이지만, 적용은 상대적이기에 케이스마다 다른 결과값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수험포기를 얘기하다가 내용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수험포기는 내게 많은 후회와 아쉬움을 남길 같다. 강지영의 화법으로 말한다면 자기객관화와 간절함의 여정 다음 해 더 도전하고 싶다. 수험으로만 보면 3년이 되는 셈이겠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 , 이렇게 쏟아부었을 아마 내년의 도전이 마지막이 것이라는 점이다. 1차든 2차든 말이다. 물론 이전에도 다음이 마지막이 것이라고 속마음으로 다짐했지만, 이젠 공언해야 할 것 같다. 내년 2025년이 마지막이 것이라고 말이다. 내년 1차에 탈락하는 즉시 노무사 수험은 종결하겠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그만두겠다.

 

7.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가지다. 수험전업이냐 수험병행이냐. 이제 현실적인 문제가 끼여들 수밖에 없겠다. 나에게 있는 가용 금액으로는 내년 9월까지 버틸 수가 없다. 사실상 수험병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것이냐 인데 지점이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부분이다. 소위 9to6 8시간짜리 일이냐 아니면 그보다 적은 파트타임이냐 인데, 심정적으로는 (직장병행이 일반적인 워딩이지만 굳이 수험병행이라고 걸보니) 내가 '수험병행'에서 느낄 있듯 수험이 우선이고 일이 병행되는 구조, 파트타임류의 일을 아무래도 원하는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절대적인 공부시간의 확보 때문이다. 직장병행은 이미 직장을 가진 사람이 부가적으로 수험을 때나 가능한 것인데 이미 전제에 성립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가 어떤 직장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흔히 말하는 공백기가 상당하고 일반사무직 채용 또한 만만치 않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수험을 메인으로 가져가야 하니, 일은 최소한의 생활이 정도로만 병행하고 싶다.

 

8.

수험병행의 가지 갈래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중 '짠그래'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다. 직장병행의 30 초반 노무사 수험생인데 공기업(아마 금융권 같음) 재직하면서 공기업 취업과 관련된 영상을 주로 올리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22년부터 노무사 수험에 도전한 같다. 보아하니 상위 1% 수능성적을 맞아 SKY중 하나의 대학에 같고, 공기업 취업에 성공해서 대부분의 취준생이 열망하는 커리를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직장병행 수험이라는 강행군을 하면서 노무사를 도전하고 있었다. 물론 1차는 합격했고 2차에서 모두 불합격했다. 최근 다시 도전해서 1차에 합격한 이번 2차에 도전하는 같다. 사람의 열정과 각오가 대단한데 직장병행을 하면서 하루 7~8시간의 공부시간을 확보했다. 하루 총 3타임인 새벽(3), 점심(1), 저녁(4) 주중 소화하고, 주말 모두 10시간 가까이 공부했다. 휴식일을 따로 두지 않았다. 회식, 저녁약속, 주말약속 등 거의 대부분을 원천봉쇄하고 휴가를 쓰는 족족 공부에만 할애한 것 같다. 열정과 노력뿐만 아니라 공부 전략도 인상적이었다. 순공확보를 위해 인강을 전혀 듣지 않고, 모의고사 첨삭과 통화스터디를 주로 활욯해서 아웃풋을 최대한 가져가는 방향으로 수험을 같다. 모의고사 성적도 상위 10% 이내를 가져가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같다. 주변의 동료와 선생이 인정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영상에서 드러나는 진중한 말과 태도, 실행과정을 보면 직장병행 수험생에게서 보기 드문 유형의 인물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돌아갈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간절해 보였다. 동기와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최근 영상을 상당수 보았다. 정확하게 짚어서 말하지는 않았으나 단기적으로는 노무사가 자신의 커리어와 부의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자격이라고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과 투자 한 것에 끝까지 책임지려는 강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짠그래와 비교할어떠한가?' 이어졌다.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 정도의 결단과 투지에도 안되는데 될까?'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게 되었던 것은 사람의 분석력과 추동력이었다. 분석력과 추동력은 상대적으로 헐겁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로 관점이 이어졌다. 이분을 통해 직장병행이 상당히 버겁다는 것을 인지했고, 합격의 가능성을 올리기 위해서  상황에서는 수험병행 측면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  같다. 나에겐 지난 MBC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여튼 정신상태가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점철된 것만은 아닌 같다. 아직은 노무사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은 의욕과 나은 전략에 대한 고민이 현실과 에 대한 고민과 막연한 미래의 불안보다 크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점이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해야할까. 

 

9.

수험병행이란 선택지, 다시 말하면 수험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가져갈 있으면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파트타임류) 하는 방식은 글을 쓰기 전부터 이미 마음 속에 내린 결론인 같다. 위와 같이 장황하게 것은 내린 결정은 확인하고 검토하고 싶은 정도의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같다.

 

"나는 수험을 성공시키고 싶다. 수험을 이겨내고 싶다.
수험의 모든 과정이 공염불이 아닌 의미 있는 무언가로 남기고 싶다.
수험을 통해 실패와 무의미에 억눌린 삶에서 성취와 의미를 발견하는 삶으로 전환되고 싶다."


크럼(Cr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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