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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기다림을 통해서 깊어지는

고민일지

by 고민의 쓸모 2024. 11. 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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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올렸어요?"

 

1.

금요일, 한 주를 마감하며 퇴근 15분 전. 창문이 깨질 듯한 날카로운 질문이 사무실을 가로지른다. 아차, 아직 공고를 올리지 못했구나.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하지만 그건 내가 깜빡해서가 아니다. 내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장터에서 수의계약의 최저가 낙찰 여부를 조정하는 일이 계속 진행 중이다.

린이는 먼저 퇴근해 매튜 카페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퇴근이 늦어질 것이 분명해지자 점점 초조해진다. 결국, 야근을 선택하고 린이에게 톡을 보낸다. "나 좀 늦을 것 같은데, 기다려줄 수 있어?"

사무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진다. 옆 부서, 팀장을 포함한 직원들 모두 불타는 금요일에도 야근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평가 보고서 때문이다. 다들 예민해진 심기 때문인지 사무실 분위기가 서서히 굳어간다.

 

2.

린이는 카페에서 볼일을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남아서 일처리를 한다. 우리는 잠시 만남을 미루고,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런 기다림이 참 좋은 이유는 우리가 곧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깊은 믿음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야근이 생각보다 길어지더라도, 혹은 린이가 있는 카페에 문제가 생겨 나와야 할지라도 우리는 끝내 서로를 기다릴 것이고 대면할 것이다.

만약 오늘 어쩔 수 없이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이 내용을 확실하게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할 것이다. 그 만남이 좋은 이유는 반드시 만날 거라는 깊은 믿음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관계의 핵심은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지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3.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역량이 좋고, 끈기가 있으며, 자세가 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터의 동료 관계에서 믿음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동료에 대한 믿음이 깊어질 때, 복잡한 업무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동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쉽게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짊어진다. 쉽게 낙담하거나 지치지 않는다. 그런 믿음을 린이를 통해, 그리고 동료들을 통해 깊이 경험하고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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