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고
유독 실수가 잦은 하루였다. 오전에는 어제 나라장터에 올린 4억짜리 공고 때문에 타 업체들에서 10분 단위로 문의 전화가 왔다. 대부분 전기업체였다. 이 업체들은 해당되지 않는데도 연락한 이유는 내가 공고문을 잘못 올렸기 때문이었다. 공고문에 '전기공사가 가능한 자'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서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기존 내부 자료와 타 유관기관의 공고문을 급하게 짜깁기하다 보니 이런 중요한 디테일을 놓쳤다. 입찰 자격뿐만 아니라 입찰 개시와 마감 일정, 낙찰 방법, 예가 범위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다행히 업체들이 잘 지적해 주고 양해해 주었다.
2. 기안
자잘한 실수들이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숫자 표기 실수였다. 총액 숫자를 쓴 뒤에 한글로 다시 한 번 표기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금20,000원(금이만원)'과 같은 식으로 숫자와 한글 표기를 병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다음 표기는 맞을까? '금1,190,020원(금백십구만이십원)'. 정답은 땡이다. 정확한 한글 표기는 '금일백십구만이십원'이다. 숫자 1일 때, '일'을 써주는 것이 옳은 표기라고 한다. 이런 작은 실수들이 반려 사유가 된다. 또한, 표와 표 사이에 총액을 다시 써주는 칸이 있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아 자주 놓쳤다. '지출금액'란에도 현 지출 금액 대신 총 지출 금액을 기입해 실수를 했다. 마지막으로 운영 계획 기안을 작성하면서, 마지막 지출 보고 시점에 교수의 프로그램 결과 보고서와 함께 기안해야 했는데, 나는 해당 지출 기안만 올려서 반려되었다
3. e나라도움
오늘 처음 사용해본 e나라도움 시스템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집행 등록 신청란에 들어가 보조금으로 조회하면 학과별로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과제는 카드 혹은 계좌이체 등으로 실제 지출된 건들을 집행 등록하고 이체 확인증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실제 지출된 영수증과 e나라 시스템상 지출 내역을 대조하면서 일치하는 지출별로 집행 등록하면 되는 반복적인 업무였다. 그런데 나는 프로그램별로 집행 등록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다른 프로그램들의 집행 내역까지 한 번에 추가해 버렸다. 내 옆 주임이 하나의 프로그램 집행 등록이 끝나면 '집행 등록 신청' 버튼을 클릭해서 새롭게 등록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 부분을 놓쳤다. 다행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출 내역을 프로그램별로 구분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지출 건이 쌓였을 때 헷갈리지 않기 위한 방안이었다.
4. 역설
이런 잡다한 실수를 연달아 하고 사소한 지적들을 받으면서 문제를 수습하려 하니 혼란스럽고 정신이 엉켜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차분히 잘 수습한 뒤에 돌아보니, 이 실수들은 문제라기보단 해프닝에 가까웠다. 같은 실수를 연달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처음이라 생긴 실수였고,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리고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실수들이었다. 실수는 또 다른 배움의 기회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실수가 없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다. 내가 자라날 기회가 없다는 말이니까. 앞으로 나는 실수를 즐기며 곱씹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일을 잘하게 되고 동료들에게 본보기와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 덕분일 것이다. 실수는 우리 모두를 겸손함과 동시에 담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아군이다. 작가 이슬아의 화법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실수는 쪽팔림과 쪽팔림을 이길 힘을 동시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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