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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러닝예찬] 첫 러닝

2021

by 고민의 쓸모 2021. 10. 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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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러닝(in 전주대)

1. 나는 러닝을 싫어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빠르게, 그리고 오래 달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때 운동회와 체력검증을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달리기였다. 종목은 단거리, 장거리 2가지였고 거리는 100m와 1.5km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거리든 장거리든 허벅지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항상 중간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2. 턱 끝까지 차오르는 성난 호흡, 앞서고 싶은 의지를 따라오지 못해 뒤쳐지는 하체, 타들어갈 것만 같은 식도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심폐. 그렇게 자신과 싸워가며 마침내 결승선에 도달하고 나면 감당하기 다소 벅찬 통증을 느꼈다. "죽을 것만 같다"라는 것을 물리적으로 느낀 첫 경험이 아닐까 싶다. 이후 내게 달리기라는 운동은 30년 가까이 쥐약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3. 그랬던 내가 이제는 달리는 사람이 됐다. 특히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했으며, 효용성마저 없다고 느낀(웨이트에 비해) 장거리 달리기를 말이다. 어떻게 달리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작년 추석 우연찮게 뛰게 된 후 좋다고 느꼈던 한 번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명절 음식으로 속이 더부룩했는데, 마침 동생 차가 있어 드라이브겸 전주대에 갔다. 평소 좋아한 철봉 등 체조성 운동기구가 부실해하는 수 없이 달리게 되었다.

4. 출발 지점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였다. 트랙이 아닌 캠퍼스를 뛰었는데 오르락내리락 예측하기 어려운 도로상황은 내 다리와 심폐, 그리고 뇌의 인지 상태를 수차례 곤란케 했다. 10대 때 경험한 물리적 고통은 30대에도 여전히 강력했다. 총 3.89km를 뛰었고, 약 23분을 기록했다.

5. 당시 회사 일 문제를 비롯한 개인적인 다양한 고민들로 인해 심적으로 꽤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달리기의 물리적 고통은 나의 심적 고통을 잊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고통을 대체했다기보다는 심적 고통을 완화, 회복시켰다. 즉 고통이 고통을 치유한 셈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경한 경험이었으나 퍽 괜찮았다. 아니 신선했고 좋았다.

6. 그 한 번의 생경하지만 신선했던 경험은 이듬해에 들어와 나를 본격적으로 달리게 했다. 그때마다 달리기의 물리적 고통은 심적인 번민과 고통으로 뒤범벅된 나를 다소 투박하지만 확실하게 위로했다. 물론 달리기로 인한 신체 및 정신적 연단과 강인함 같은 건 제대로 느껴보지 못해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내공과 연륜이 부족한 탓일 게다. 러닝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러닝이 주는 정신적 치유와 위로의 힘을 분명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러닝 예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이키 런 클럽 데이터에 따른 러닝 기록(2021.03 ~ 현재)
25러닝 / 116.6km / 12:55:07

 

나이키 런 클럽에 작성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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